처음엔 다 말로 시작했다.
불만을 말했고, 경고를 말했고, 요구를 말했고, 마지막에는 협상을 말했었다.
하지만 말은 점점 거칠어지고, 언성이 높아지고,
이해는 닫히고, 설득은 멈추고,
결국 누군가는 탁자를 떠나 무기고로 향한다.
그 순간이 바로, 말과 무기가 갈라지는 지점이다.
우리는 언제 말을 포기하게 되는 걸까?
처음엔 누구나 말로 해결하려고 한다.
말이 통할 거라고 믿고,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상대의 말이 들리지 않고
자신의 말도 닿지 않음을 느낀다.
나만을 생각하기 시작할때...
그때부터 말은 무기로 변하기 시작한다.
입술이 닫히고, 방아쇠가 열린다.
전쟁은 거대한 침묵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는 수천 개의 말이 갇혀 있다.
말하지 못한 것들, 말할 수 없었던 것들,
그리고 말했지만 믿지 않았던 말들.
전쟁은 결국, 실패한 대화의 잔해다.
가까운 역사를 떠올려보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처음엔 말로 시작됐다.
이스라엘과 이란도 수십 년간 말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결국, 말은 무기로 대체되었다.
언어는 다리를 놓기도 하고, 벽을 세우기도 한다.
그 언어가 이해와 공감의 다리가 되는 순간 평화가 시작되지만,
경고와 위협의 벽이 되는 순간 무기가 대신 말을 하기 시작한다.
무기는 빠르다.
단 몇 초면 수십 년의 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하지만 무기가 끝낸 뒤, 우리는 다시 말로 수습하려 든다.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 한 장을 위해
수많은 생명이 흘려졌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우리는 언제나 마지막에 말을 다시 꺼낸다.
말과 무기가 갈라지는 지점은 명확하지 않다.
말 속에 이미 무기가 숨어 있을 때도 있고,
무기 뒤에 진심이 남아 있을 때도 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말이 아직 말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말을 끝까지 해보는 것이다.
말은 전쟁을 막을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전쟁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모든 싸움의 끝에서
다시 말을 꺼내야 한다면,
우리가 그 말을 포기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다.
서운함은 말로 시작되지만, 말이 멈추는 순간부터 감정은 무기가 된다.
말하지 못한 감정은 마음속에 쌓여 침묵이 되고,
그 침묵은 차가운 거리감을 만들어낸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가족이든,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순간은 언제나, 말이 닫힐 때부터다.
그래서 우리는 연습해야 한다.
화가 나도 말로 풀고, 다르더라도 설명하고, 이해받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놓지 않는 것.
무기보다 말을 먼저 꺼낼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결국, 관계를 지키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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